가이드를 돌려 보내고 난 오후는 자유시간이다. 우리들은 여행중 현지 슈퍼마켓에 가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리조트 리셉션에 물어서 가장 큰 슈퍼마켓의 위치를 알려 달라고 했다. 버스터미널 옆에 있는 '패밀리 초이스 슈퍼마켓'이 이곳에서 가장 크다고 하길래 가는 방법을 물으니 툭툭이를 타면 2비르 정도 나올 것이고, 그냥 걸어서도 갈만하다고 했다. 바히르 다르의 경우 안전한 에티오피아에서도 가장 안전한 도시라는 명성이 높아 에티오피아에 와서 처음으로 차를 안타고 걸어 다녀 보기로 했다. 바히르 다르의 중심가는 다신은행(Dashen Bank)이 있는 삼거리인데, 타나 호수를 북쪽으로 두고 왼쪽의 호숫가로는 많은 호텔들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바히르 다르 공과 대학교가 있다. 남쪽으로 난 길가로 대부분의 상점이 자리하고 있으며 시외 버스터미널과 중앙시장이 있다. 에티오피아에는 많은 종족이 함께 살고 있으나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오래전부터 에티오피아의 지배 세력으로 자리를 굳힌 암하라족(Amhara)이며, 이들은 에티오피아 인구의 대략 30%를 차지한다. 에티오피아의 3대 도시인 바히르 다르(Bahir Dar)에는 대부분 암하라족이 살고 있으며, 바다가 없는 에티오피아인들에게는 호숫가의 휴양지로 널리 이름이 난 곳이라 그런지 가로수로 사용되는 멋진 야자수가 많이 보인다.
<야자수가 느러진 바히르 다르 거리><에티오피아 기름값 - 1리터에 20비르(한화 1300원 정도)>평일 오후라서 그랬던지 유난히 책을 끼고 다니는 대학생들이 시내에 많이 보였다. 우리를 쳐다보는 시선이 많이 느껴졌으나, 심하게 불편하지는 않아서 계속해서 걸어가 보기로 했다. 다양한 상점들이 보이고,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한참을 걸었는데도 슈퍼마켓같이 생긴 상점이 보이지 않아서 사람들에게 물었더니 계속 앞으로만 더 가라고 했다. 결국 패밀리 초이스라고 쓰여진 간판을 달고 있는 버스정류장 옆의 구멍가게가 나타났다. 정말 이곳이 가장 큰 슈퍼마켓이냐고 물었더니 모두들 그렇단다. -_-;; 안으로 들어가 봤더니 파는 물건이라고는 보존기한이 오래갈수 있는 통조림이나 파스타가 전부다. 과자 같은 것은 도대체 언제 물건을 들여 왔는지 유효기간을 알 수도 없을 정도로 오래된 것들이 대부분이고, 물건이 놓여진 곳마다 먼지가 가득하다. 어디선가 중국인 2명이 들어 오더니 신선하게 보이는 포도와 껌을 사간다. 한쪽 구석에서 뭔가에 몰두하던 AA가 나를 불러서 가보니 각종 살충제를 살펴보고 있었다. 뿌리는 모기약을 하나 사자고 하길래 가까운 약국에 가서 바르는 모기약을 사기로 하고 그냥 나오려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어 물을 1병 샀다. 10비르를 냈더니 3비르를 잔돈으로 주는데, 은행에서 바꿔왔는지 완전 새돈으로 준다. 워~~~~~ 하면서 내가 새돈을 보고 놀란 시늉을 했더니 가게 사람들이 온통 웃고 난리가 났다. ㅎㅎ 약국에서 바르는 모기약을 하나 사고, 길을 건너 가구점 앞을 지나 가는데 동물들이 그려진 칠판 하나가 아이용 책상 위에 놓여져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펭귄이 영어로 뭐지......;; -_-;;; 단수, 복수, 정관사의 구분은 뭐 그렇다고 해도 펭귄 아래 왜 복숭아라고 써 놨지?? ㅎㅎㅎ
<넬슨 만델라가 그려 있길래 찍기는 했는데, 뭐라는 건지....;;> <이 막대기를 입에 물고 다니며 치아를 닦는 사람들이 많다.> <바히르 다르 최대의 슈퍼마켓(초록색 부분)><모기에 물리지 않기 위해 바르는 연고를 샀다.><중국인들이 영어를 못하는 이유 ㅋㅋㅋ> 그냥 숙소로 돌아 가기가 아쉬워 삼거리 부근에서 맥주 한잔을 하기로 하고 괜찮아 보이는 건물의 2층 발코니에 마련된 카페에 들렀다. 1층은 커피를 마시는 카페이고, 2층은 술과 음식을 팔았으며, 3-5층은 게스트하우스라고 써 있었다. 어떤 맥주가 있냐고 물었더니 세인트 조지(St. Geroge)와 다신(Dashen)이 있다고 하길래 다신 맥주를 하나 시키고 2층 발코니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차량을 구경했다. 퇴근시간이 임박해서 그런지 회사원들로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덕분에 도시 전체는 상당히 활기가 넘쳐 보였다. 우리가 있는 건물 바로 앞으로 건널목이 하나 있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널목을 이용하지 않고 무단횡단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건널목과 인도가 가로수나 화단으로 막혀 있어 서로 연결이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잘못된 도시정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상당히 위험해 보이는데도 현지인들은 살살살 잘도 피해 다닌다. -_-;;
<바히르 다르 삼거리에 생긴 새로운 게스트 하우스와 카페> <에티오피아에서 돈 좀 있는 사람들이 마신다는 다신 맥주(Dashen Beer)><푸른색 툭툭이가 택시(시내 편도 2비르)로 이용된다.><뭔가 이상한지 않은가?> 에티오피아의 경우 팁문화가 뿌리깊게 박혀 있어 고급호텔이나 리조트의 경우 보통 짐을 들어주는 벨보이나 방을 청소해주는 사람들에게 10비르(ETB) 정도의 팁을 주는게 매우 일반적이다. 식사후 현찰로 계산을 하고 동전을 받게 된다면 관광객들에게는 소지가 불편하고 쓸만한 곳이 별로 없기 때문에 동전은 보통 그냥 두고 나오는게 좋다. 에티오피아에서 내가 본 지폐는 100, 50, 10, 5, 1비르였고, 동전은 1비르(1유로 비슷하게 생겼음)짜리만 보았다. 나중에 아디스로 돌아와 보니 버스정류장 앞에는 보통 잔돈을 바꿔주는 사람들이 상주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가지고 있는 더 작은 동전을 보았으나 그 가치는 매우 낮을 것이라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_-;; 1비르나 10비르짜리는 팁으로 유용하기 때문에 좀 많이 들고 다니고 싶으나 돈의 상태가 거의 상상을 초월한다. 돈의 가치가 낮아 질수록 대부분 그 상태가 나빠지는데, 1비르의 경우 어떤 것들은 눅눅한데다 도통 알수가 없는 이물질까지 뭍어 있는 경우도 많아서 나는 항상 작은 지폐를 가운데로 모아서 흰종이로 겉을 감싸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나는 유난히 손씻기를 좋아하는데 에티오피아에서는 돈을 만질때마다....;;;
<에티오피아 지폐 100, 50, 10, 5비르(위부터)> 짧은 시내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해질녘의 호숫가를 구경하기로 하고 맥주를 주문하면서 기다리니 어디선가 몰려든 한무리의 새떼가 장관이다. 카메라로 땡겨 봤더니 펠리컨인가 싶어 방에 잠시 들어가 론니를 읽어보니 타나 호숫가 주변으로 역시 펠리컨들이 많이 살고 있단다. 에티오피아 동부에는 도시 전체가 성곽으로 둘러 싸인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하라르(Harar)라는 도시가 있는데, 맥주병에 그려진 그림과 상표를 보고 혹시나 싶어 직원에게 물어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곳 하라르에서 만든 맥주라고 한다. 아프리카에 대한 선입견만 가지고는 상상이 잘 안되지만 에티오피아에는 이렇게 지방마다 맥주가 따로 양조되어 공급된다. 우리나라에도 서울맥주가 있고, 부산맥주가 있던가? 커피의 발상지라는 에티오피아에서도 최고로 치는 커피가 하라르 커피라고 하더니 맥주도 최고인지 내 입맛에는 딱 맞는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콜로(Kolo)라는 볶은 보리를 맥주의 안주를 삼아 먹는데, 한줌을 집어서 먹어보니 고소한 것이 맥주와는 더없이 좋은 궁합이다.
<강변 리조트 옆으로 현재 쉐라톤 호텔이 건설중> <내 입맛에 가장 맛있던 하라르 맥주(Harar Beer)> 내가 지낸 숙소에서는 오후 6시부터 1시간 동안 투숙객들에게 무료로 칵테일과 간단한 음식을 제공했다. 타나호수의 석양을 바라보며 마시는 칵테일이라니... 정말 멋진 아이디어가 아닌가? 우리들은 식구들을 데리고 이곳에 꼭 다시오기로 불끈!! 다짐을 했다. ㅋㅋ 관광객들에게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이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게 아주 알맞게 갖추어져 있는 진정한 파라다이스인 셈이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커피가 마시고 싶어 한잔 주문을 했더니 여러명의 투숙객들도 따라서 주문을 했던지 그 유명한 커피 세레모니를 해준다. 원두를 갈고, 불을 올려 끓이고, 향도 피우고 한참을 만들더니 원하는 사람들에게 한잔씩 돌린다. 조명이 워낙 어두운데다 세레모니를 하는 동안 플래시를 켜고 싶지 않아서 막상 세레모니를 하는 장면을 찍지는 못했으나, 그렇게 마셔본 에티오피아의 커피 맛은 상당히 신선했다. 구워진 검은색 원두의 맛이라고는 믿을수 없을 만큼 푸르디 푸른 신선한 맛이다.
<오후 6시부터 숙박객을 위해 무료 칵테일이 준비된다.> 저녁을 먹었다면 리조트 안에서는 그 이후로 딱히 할만한게 없다. 결국 술을 더 마시거나 TV를 보는 것인데, TV의 경우 CNN이 나오니 무료하지는 않았다. AA가 마사지를 받고 싶다고 해서 저녁식사를 하기 전에 예약을 했는데, 식사를 하고 나와보니 마사지를 받는 곳이 리조트 안에 있는 스파인데도 가는 길이 너무나 어두워 같이 따라가기로 했다. 이곳의 모든 투숙객들에게는 1시간의 마사지와 페디큐어 및 매니큐어 서비스가 이미 포함되어 있단다. AA는 마사지를 하러 방으로 들어가고 밖에 앉아서 잠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스파직원이 나더러 공짜니까 AA가 마사지를 받는 동안 매니큐어와 페디큐어를 받으란다. 응?? 갑자기 어떤 영화에서 보았던 흰수건을 뒤집어 쓴 미국 아줌마들이 주르륵 미용실에 앉아 있는 모습이 상상된다. 공짜로 손발톱을 깍아 준다고? 올레~! 생전 처음 이런 서비스를 받아 봤는데, 역시나 돈이 좋기는 좋구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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